[현장 카메라]눈치보게 만드는 급식카드…라면도 못 산다

2020-09-28 1



집에서 라면을 끓이려다 화재 피해를 당한 안타까운 형제 사건 전해드리며, 아동 복지 사각지대 집중 조명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.

오늘은 이 사건의 형제가 자주 사용했던 아동복지 급식카드 문제를 짚어봤습니다.

밥 굶지 말라고 주는 카드인데, 아이들이 먹고싶은 것, 심지어 음료수나 라면조차 마음껏 사먹을 수 없습니다.

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.

[리포트]
라면을 끓이려다 중상을 입은 형제.

사고 전 편의점에서 음료를 계산대에 올려놨다 다시 가져다놓는 모습이 포착됩니다.

[권솔 기자]
"같은 편의점에 와봤습니다.

돈만 내면 이렇게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음료.

하지만 형제가 이용한 아동급식카드로는 살 수 없었는데요,

구매 제한 품목이었기 때문입니다."

[인천시 관계자]
"(제한하는) 취지는 아동의 건강이에요. 카페인 함유 음료나 탄산음료는 안 되고. 유해품목이라고 아예 품목을 지정한 게 아니니까. 그게 약간 애매한 거죠."

다른 지역은 어떨까.

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하는 가족과 함께 편의점에 가봤습니다.

라면을 사려했지만 결제가 되지 않습니다.

[경기 군포시 편의점 관계자]
"봉지(라면)는 보통 안돼요. 컵라면이 되고. 회사(편의점)마다 좀 달라요."

보건복지부 표준 매뉴얼상 급식카드로는 식사류만 살 수 있고, 커피 과자 주류 등 기호식품은 살 수 없습니다.

이 기준에 따라 각 지자체가 구매 불가 품목을 정하다보니 지역마다 제각각입니다.

[서울 A 편의점 관계자]
"솔직히 이해가 안 가죠. 밥 없으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 되는데."

[서울 B 편의점 관계자]
"시리얼이 안 돼요. 그게 좀 아쉽죠. 아이들은 아침에 입맛 없고 하니까 우유에 타 먹을 수 있잖아요."

아이들 마음 다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.

[아동급식카드 이용 한부모 가정]
"샌드위치를 사 먹는데 그 집이 커피도 같이 팔면 그 집은 안돼요. 가슴 아팠죠. 선택의 폭이 너무 좁으니까 항상 먹는 것만 먹어야 되는 게."

국민권익위원회와 복지부도 문제점을 인지해 지난 7월 1일부터는 명확한 구입 제한 품목을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구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습니다.

하지만 권고 사항이라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.

아동급식카드를 쓸 수 있는 일반 식당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.

카드로 한 끼당 쓸 수 있는 돈은 6천 원, 메뉴가 이 금액을 넘으면 아동급식카드 이용 가맹점으로 가입하기 어렵습니다.

[햄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]
아동급식카드요? 그건 안 돼요.

[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]
드림카드(경기도 아동급식카드)인가 뭔가. 그건 안돼요.

[권솔 기자]
경기 군포시에 있는 상가거리입니다.

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집 등 음식점은 스무 곳 정도인데요.

그중에서도 따뜻한 밥 한끼 먹을 수 있는 곳은 뒤에 보이는 이 식당이 유일합니다.

일부 식당은 보다 못해 아동급식카드를 가져오면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.

[이문수 신부 / 서울 성북구 청년문간 이사장]
"삼각김밥밖에 먹을 게 없다는 거예요. 컵라면하고. 돈 안 받아도 되니까 아이들 (밥) 주자 이렇게 된 거죠. 대접받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."

자발적으로 모인 가맹점만 전국에 600곳이 넘습니다.

[오인태 / 서울 마포구 ○○파스타 사장]
"카드 보여주면서 정말 밥 먹어도 돼요? 묻는 애들이 있어요. 들어오지도 못하고 쭈뼛쭈뼛. 눈치를 안 봤으면 좋겠어요. 삼촌, 이모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와서 편하게 밥 먹고."

[권솔 기자]
어린 마음 다치지 않고 이렇게 한 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동급식카드.

취지대로 쓰일 수 있게 보다 섬세한 행정이 필요해 보입니다.

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.

권솔 기자 kwonsol@donga.com
PD : 김남준·김종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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